<늘푸른나무/서양인들이 본 조선과 조선인들/2015년 3월>

서양인들이 본 개화기 조선과 조선인들(15)

그동안 '서양인들이 본 조선과 조선인들'이라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조말 특히 개화기에 직접 한국을 방문하여 직, 간접으로 조선의 개화에 일조를 하면서 남긴 기록들을 찾아 원문을 그대로 번역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윌리암.E.그리피스 지음 <은자의 나라 한국> Corea:The Hermot Nation by William E. Griffith(Charles Sccriber’s Sons, New York 1907)

이책의 필자인 윌리암 E. 그리피스(1843-1928)는 미국의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남북전쟁에도 참전했고 럿거스대학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무렵에 그는 당시 명치유신(明治維新)과 더불어 서구과학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일본의 초청을 받았다. 1870년 일본에 도착함으로 그의 동양학 연구가 시작되었다. 근 1871년에 메이신칸에서 이화학9理化學)을 가르쳤고, 1872년에는 닝코(南郊)대학에서 이학, 화학, 지리학, 생물학을 가르쳤고 그 후레은 동경제국대학의 전신인 카이세이학교에서 화학을 가르치면서 화학과를 창설했다.

3년 동안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1874년에 귀국한 그리피스는 다시 유니온신학교에 진학하여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다시 럿거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1899년)를 받을만큼 학구적인 인물이었다. 뉴욕, 보스톤,아이카 등지에서 목회를 하면서도 일본을 각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동안에 갖게된 동양학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못하고 일본 역사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던중 그는 한국의 역사를 모르고는 일본사에 관한 연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그는 다시 한국사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는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1차 방문시기는 밝혀지지 않았고 2차는 1926-27년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그의 공로로 1900년에 왕립아시아학회 한국지부의 회원이 되었고 <일본제국(The Micado’s Empire)>, <요정의 나라 일본(Japanese Fairy World)>, <은자의 나라 한국(Corea:쏟 hermit Nation, 1882) 등 일본역사와 한국역사에 관한 많은 저서들을 남겼다.

여기에 소개하는 <은자의 나라 한국>은 한반도의 고대사에서부터 근대사의 을사조약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역사와 풍습 전반을 다룬 500페이지 이상의 방대한 저서로 1882년에 초판이 출판되었는데 1906년에 8판이 나올정도로 인기가 있었으며 어쩌면 당시로는 유일한 영문으로된 한국사 참고서가 아니였나 생각된다.

외국인이 본 을사조약(乙巳條約)

청일전쟁과 로일전쟁 후 아무런 대처도 못했던 조선

일본이 벌인 두 차례의 대전(청일 전쟁과 로일 전쟁을 의미함)에 책임이 있는 조선으로서는 종전 무렵이 되어 그 위치가 현저하게 바뀐 것은 당연한 일이다.청일 전쟁은 한때 청국에 예속되었던 한 국가를 독립시킨 이외에도 중국의 중화사상을 산산히 깨뜨려 버렸다. 적어도 명목상으로나마 조선은 이제 제국(帝國)이 되었다. 러일전쟁을 통해 서 아시아 민족들은 서구인들의 정복과 수탈을 위해 존재하며 또 그 당연한 논리적 귀결로서 <중국의 멸망>이 불가피했다고 하는 유럽의 오랜 독단이 깨졌다.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함으로써, 1세기 동안 미국인들이 설명해 왔고 또 또 헤이(John Hay, 미국의 정치가요 외교관으로 링컨 대통령의 비서를 역임하였다.)가 성안한 미국의 외교 정책, 즉‘중국인을 위한 중국’이라는 정책이 합당한 것이 증명되었다. 만약 조선이 그 지도자들의 헌신적인 충성심과 근면으로써 근래의 정치적, 경제적 조건 속에서 생존하기에 적합한 국가였다면, 러시아에 대한 일본의 승리는 조선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조선의 자녀들이 그러한 기회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만 있었더라도 조선의 독립은 보장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1866년 이래의 조선의 역사는 그들의 지배계급이 치명적으로 취약함을 노정했다. 특권 양반들은 국가를 위해 충성스럽게 헌신하고 근면한 대신에 서울을 음모의 온상으로 만들었으며 조선을 극동의 폭풍지대로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의 힘을 계발하고 국가의 자원을 개발하는 대신에 교지(狡智)와 약자로서의 술수를 연마하는 데 전념했다. 강대한 정부에서 흔히 볼 수있는 근대문명은 아직 약자를 위해 자리를 내주지는 않는다. 스스로 취약함을 위한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인들처럼 상술에 능하지도 못하고 일본인들처럼 전쟁에 용맹스럽지도 못하면서 어깨에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 조선의 양반들은 적어도 그 이웃 섬나라의 훌륭한 선례를 본받을 수도 있다. 근대 일본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역사적 사건으로서는 40만명의 사무라이에게 국고에서 지불하던 세습적 연금을 1871년부터 폐지했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애국을 위해 이와 같은 자기 희생을 감수한 그들은 칼과 여장(女裝)과 같은 비단옷을 벗어버리고 일터로 나갔으며 세금을 납부하고 진정한 삶을 누리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중국도 비사교적이던 지난날의 유습과 자기만이 잘났다는 오만을 벗어버리고 근대문명의 길로 접어들었다.

조선의 양반들은 음모로써 자신의 독립을 악용했다. 음모자들의 얄팍한 술수는 한 민족의 존립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러일전쟁을 치른 후 일본은, 왕실과 정부조차도 구별되어 있지 않은 이웃 조선을 옛날처럼 음모의 온상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은 자기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다. 그리하여 영국이 에짚트를 위해 했고, 미국이 큐바를 위해 했고, 프랑스가 베트남을 위해 한 일을, 일본은 조선을 위해 했다. 조선은 이제 피보호국들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필자가 이 책의 서술을 마무리할 무렵인 1904년 9월 일본인들은 부산으로부터 의주까지 조선의 전 국토를 관통하는 근 600km에 가까운 간선 철도를 부설하고 있다. 여순항은 함락되지 않았다. 일본군의 진정한 목표인 봉천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이곳은 지금 중국을 다스리고 있는 청조의 종묘가 있는 곳으로서 ‘이곳만 점령한다면 그것은 죽국의 심장이 일본의 손바닥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1870년대 초에 공립학교의 군대로 성장한 소년들을 훈련시키는데에 도움을 준 바 있는 인사들은 아직도 일본의 최종적인 승리를 걱정하지 않고 있다.

1905년 1월 3일, 여순항이 형식적으로 항복했으며, 1월 7일에 거기로부터의 철수가 완료되었다. 노기 마레스키의 부대는 서쪽인 왼편에서,그리고 가와무라 가게아끼의 군대는 조선을 떠나 동쪽인 오른쪽에서 봉천을 공격하고 있는 일본의 주력부대를 즉시 지원했다. 2월 23일 , 눈보라가 몰아치는 가운데 거의 1개월이나 되는 계속된 피나는 대전이 그 막을 열었다. 2월 28일이 되자 거의 100마일이나 되는 전선에서 전투가 전면화되었다. 3월 10일 오후 아쓰가타의 종진은 남문을 통해 봉천에 입성했다. 러시아인들은 3만 명이나 목숨을 잃었으며 4만 명 이상이 포로가 되었다. 4월 14일까지 일본군의 북진은 계속되었다. 3월 27일과 28일에는 <일본해의 전투>가 일어났다. 이 해전에서 일본은 천우신조로 러시아 현대식 전함 38척을 섬멸했다.

러시아의 위티와 로젠 그리고 일본의 고무라 쥬타로와 다키히라 코고르 등 교전국의 사절단은 루즈벨트의 초청을 받고 뉴햄프셔의 포츠머스에서 만났다. 1830년대에 미국의 짹슨대통령으로부터 임명을 받고 극동으로 떠난 미국 최초의 외교관인 로버츠 선장도 이곳으로부터 출항한 적이 있다. 이곳에서 일본은 그들이 의도했던 주요 의제를 타결시킴으로써 탁월한 외교적 승리를 거두었다.

포츠머스 조약에서 러시아는 향후 어떠한 형태로도 일본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동의함으로써 일본이 조선을 감리(監理)하고 일본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동시에 , 조선에서의 일본의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우월권을 가진다는 사실을 그 제1조 에서 인정하였다. 포츠머스 조약을 통해 일본에서 가장 저질적이고 무례한 모험가들이 즉시 조선의 경내로 들어왔다는 사실은 조선으로서 제일 먼저 겪은 그리고 가장 불행한 결과였다. 이 무뢔배들은 조선 사람들을 잔혹하게 약탈함으로써 도꾜에 있는 선의의 인물들의 계획을 거의 무색하게 했다.

이와 같은 결정적인 전쟁의 결과에 뒤이어 일본은 거물 정객 고무라를 북경에 파견하여 청국과 우호적인 문제들을 조정토록 한 다음 조선에로 관심을 돌려 왔다. 1904년 3월의 한일의정서에 따라서 그토록 오랫동안 친러파 정객들에게 이용되어 온 보부상들이 즉시 해산되었고, 우의와 선린의 친서를 휴대한 이토 히로부미 공작이 조선을 방문했다. 일본 재무성에서도 가장 경험이 많고 노련한 관료인 메가다 쥬타로가 재정 고문으로 서울에 파견되었으며, 능력과 술수를 갖추고 있는 데다가 극동의 외교에는 오래고도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스티븐슨이라고 하는 미국의 신사가 조선 외부의 고문직을 수락했다. 이 사람들은 그들의 선임자들과 마찬가지로 명목상르로는 어전회의에서. 그러나 실제로는 은밀한 음모속에서 규방이나 족벌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조선 정부와 더불어 처리해야 할 난문제들에 직면했다. 잡다한 문제들이 물두하고있던 일본정부로서는 첫 단계에서는 조선인들을 유익하게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혁을 거의 시도하지 못했다.

조선으로 밀려든 일본인들과 조선을 압박한 일본

그러는 동안 인본인 수 만명이 한반도로 밀려 들어왔는데, 그들 중의 대부분은 가장 야만적인 기질과 천박한 성격을 가진 인물들로서? 짐승과 같은 만행을 처지름으로써 일본의 현명한 정치인들의 훌륭한 정책을 무색케 했다는? 사실을 여기에서 되풀이하여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에 있는? 모든 미개척지는 일본인이 점유, 경작토록 하며 관개, 수로에 관한 권리도 이 일본인들에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개혁안이 도꾜의 승인을 받아 성안되자 조선 사람들은 한몸이 되어 조직적으로 항거했다. 아무리 주변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이와 같이 급진스러운 사실상의 약탈행위는 커다란 실수였다. 조선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이와 같은 행위는 “남의 논에서 물을 훔챠가는 소행’일 뿐만 아니라 (관개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쌀 경작지에서의 이러한 행위는 끔찍스러운 범죄행위가 된다) 바로 토지 그 자체를 도둑질하는 것이었다.

황제에게는 일본의 요구를 일축하라는 상소문이 쇄도했다. 보안회라는 단체가 결성되어 서울에서 모임을 갖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선전을 시작했는데 일본 당사자들이 보기에는 마치 치안방해와 같았다. 보안회의 모임은 경찰에 의해 해산되었으며 , 서울에 있는 일본군 수비대는 6천 명으로 증가했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의 조선인 단체가 결성되기는 했지만 일본인들이 더 이상 자기들의 계획을 추진하지 않고, 조선의 양반들도 진정한 애국심을 거의, 아니 전혀 보이지 않는 데다가 조선 사람들도 끈기 있게 행동통일을 할 힘이 없게되자 흥분은 곧 가라앉았다.

1904년 10월 13일, 하세가와 요세미치 장군이 군대의 지휘권을 장악했다. 탁월한 훈련을 받은 일본의 군인들과 훌륭한 인간성을 가진 일본의 지식인들이 조선인의 존경을 받고 있는 반면에, 자신들이 불한당임을 그토록 종종 스스로 입증한 저질적인 일본인들은 조선인들로부터 두려움과 멸시를 당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평판이 좋지 않은 이 일본인들을 일본 정부가 그토록 오랫동안 방관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 반면에 일본은 1904년의 조약에 따라 조선의 독립을 보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궁중의 파벌에 의해 숨이 막히고 있는 조선 정부는 아직도 만성적인 취약상태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조선에서 일어나는 온갖 복잡한? 문제들이 일본을 괴롭히고 있는 반면 일본 정부는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유자기 위한 책임을 지고 있었다. 일본의 정치인들은 오랜 숙의를 거친 끝에 조선의 외교권을 일본아 장악하고, 서울에는 통감을 두고 대도시와 개항장에는 하급 관리를 상주시키는 동시에 내정에 관한 문제만은 조선 정부에 맡기는 것이 지금의 미궁과 같은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일본 천황은 ‘참을성 있고, 능력 있고, 엄정한’이토 공작을 서울에 파견했다.

1905년 11월 17일, 대하제국 황제의 외부대신인 박제순과 일본 천황의 사신인 하야시 곤즈께는 다음과 같은 한 조약을 체결했다.

을사보호조약 전문

일본국 정부와 한국 정부는 양 제국을 결합하는 이해 공동의 주의를 공고히 하고자 한국의 부강의 실(實)을 인정할 수 있을 때에 이르기까지 이 목적을 위해 다음의 조간(條款)을 약정함.

제1조 일본국 외무성은 도꾜에 있는 외무성을 경유하여 앞으로 한국이 외국에 대하는 관계 및 사무를 감리 지휘할 것이요, 일본국의 외교 대표자 및 영사는 외국에서의 한국의 신민 및 이익을 보호할 것임.

제2조 일본국 정부는 한국과 타국간에 현존하는 조약의 실행을 완수하는 임무를 맡으며, 한국 정부는 앞으로 일본국 정부의 중개를 경유하지 않고서는 국제적 성질을 가진 하등의 조약이나 또는 약속을 하지 않기로 상약(相約)함.

제3조는 일본국 정부는 그 대표자로 하여금 한국 황제 폐하의 궐하에 1명의 통감을 두되 통감은 전적으로 외교에 관한 사항을 관리하기 위해 경성에 주재하고 친히 한국황제 폐하에게 내알하는 권리를 가짐. 일본국 정부는 또한 한국의 개항장 및 기타 일본국 정부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에 이사관을 두는 권리를 가지되 이사관은 통감의 지휘하에 종래 한국 주재 일본 영사에게 속해 있던 일체의 직권을 집행하고 아울러 본 협약의 조관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일체의 사무를 장리할 것임.

제4조 일본군과 한국과의 사이에 현존하는 조약 및 약속은 본 협약에 저촉하지 않는 한 모두 다 그 효력을 계속하는 것임.

제5조 일본국 정부는 한국 황제의 안녕과 존엄을 유지할 것을 보증함.

위 증거로 하여 하명은 각 본국 정부에서 상당한 위임을 받아 본 협약에 기명 조인함.

광무 9년 11월 17일
외부 대신 박제순 인
명치 38년 11월 17일
특명전권공사 하야시 곤스케 인

을사보호조약 체결후의 외국의 반응

이와 같은 조선의 전환의 역사가 어떻게하여 이루어졌든 간에, 그리고 일본이 을사보호조약의 문서를 어떠한 방법으로 얻어내었든 간에 유럽의 각국과 미국은 서울의 공사관을 철수시키고 조선에 대한 일본의 보호통치권을 인정함에 있어서 매우 신속함을 보여 주었음은 사실이다. 미국 주차 조선 공사관의 사신들은 한 개인의 밀사 이상의 국가적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식품점의 청구서조차도 지불할 수 없는 기벽으로 인해 워싱턴에 있는 미국의 대통령과 국무장관은 쉽사리 마음을 정하게 했다.

국민의 선거에 의해 루즈벨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그의 외교보좌관들이 바뀝에 따라서 오랫동안 서울 주재 미국공사를 지낸 유능한 외교관인 알렌이 1905년에 그 직책을 물러나고 그 후임으로는 사모아, 조선, 러시아 및 중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지낸 바 있는 모건(Edwin V. Morgan)dl cnldlagoTek. Rm 후 그가 다시 다른 직책으로 전보되자 서울의 미국 공사관은 폐쇄되고 총영사와 영사만은 전처럼 rtmeofh endjTek. 그러는 동안 이토 히노부미 통감의 열성적인 활약하에 실질적인 개혁이 시작되었으며, 무질서한 일본인들은 체포되었으며, 그밖의 모뢰배들은 조선 밖으로 추방되었거나 아니면 앞으로는 행동을 조심하겠다는 서약을 받았다. 1906년 4월 8일 서울에 있는 일본인들이 이토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마련한 연회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한제국의 황제 폐하가 나에게 겸손하게 누차 말씀하신 바에 의하면 나는 적지 않게 폐하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영광을 가졌다고 믿어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폐하께서는 대한 제국 정부가 갱생을 위한 나의 충성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고 나를 기꺼이 신뢰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폐하게서는 또한 나의 지도와 지시를 받아서 그와 같은 갱생의 작업을 수행하라고 그의 대신들에게 명령한 바 있습니다. 대한제국의 대신으로서 그들은 나에게 그러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자기들의 결의를 나에게 확약한바 있습니다. 오늘과 같은 기회는 다시 없으리라고 그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늘날 자기 민족의 갱생을 위한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이토가 자기의 발언을 진실된 것으로 믿은바와 마찬가지로 대한제국의 시민들도 그의 발언을 진심으로 찬양했음이 분명하다. 양국의 상호 신뢰하는 가운데 대한제국의 군관들이 적법하게 임명되었다. 이들은 4월 30일 도쿄에서 열린 만주 출병 일본군의 개선식을 참관하기 위해 하세가와 장군 및 이토 공작과 함께 일본으로 떠났다. 이 두 거물이 자리를 비우자 이에 유혹을 느낀 궁중의 파당과 그 동조자들은 이 기회에 음모를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다. 개화파와 수구파들은 서로 어울려 싸우고 음모를 꾀했는데 심지어는 황제의 측근, 내시, 그리고 대궐 안의 관리자들까지도 이러한 음모에 적극성을 보였다. 이 음모자들은 국내적, 국제적 불안에 대해 두 가지의 정책노선을 그려냈다.

한 노선은 남서부 지방에서 일어나 위기와 거의 만성적인 사회 불안을 이용한 것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에 기초를 두고 있었다. 이러한 음모는 대궐에 있는 양반 자신들에 의해 꾸며졌다. 충청도에서는 민종식이 그리고 전라도에서는 최익현이 의병을 이끌었다.일본군에 대항하기 위해 구식 소총과 화승총, 그리고 칼과 창을 마련했다. 강원도에서도 의병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그 당시 대한제국은 전역에 있던 350의 경찰 중 4명이 서울의 통감부로부터 파견되었지만 그들은 피살되었거나 아니면 도망쳐 왔다.

지방의 군사들이 의병 토벌에 열의를 보이지 않자 일본군 보병 2개 중대가 그 도시로 파견되었다. 평화적인 비전투원의 희생을 막기 위해 대낮에 공세를 취한 그들은 다이나마이트로 성문을 폭파했다. 몇 차례의 시가전을 치른 후 그 도시는 일본군에 의해 함락되었으며 조선인 69명이 피살되고 145명이 포로로 잡혔다. 일본군들은 이 전투를 끝으로 더 이상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지배하던 어느 한 지방에서도 의병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서서히 들어왔다. 이 지방에서는 통신수단이 미흡하고 주민들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못하여 창의력이 결여되어 있었다. 일본인 거주자와 일본 어민에 대한 살인적인 공격이 계속되었다.

뿌리 깊이 박혀있는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의병들은 지방의 폭동을 편드는가 하면 일진회(一進會)는 보수주의 음모자들을 적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서울의 통감부에 들어온 정보에 따라서 대한제국의 왕실과 정부에 속해 있던 김 아무개, 최익현, 민종식, 홍 아무개 등 5명의 고위 관리가 체포되었다. 그들은 첫째로 전조선 민족은 일본의 보호통치를 반대한다는 사실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둘째로는 러시아와 손을 잡느다고 하는 이원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음이 발각되었다. 일본군이 이에 개입한 결과 최익현이 전라도에서 조선 군사에 의해 즉시 체포되었다. 그의 막사에서는 한 밀서가 발견되었는데 거기에는 의병을 일으키라는 내용과 함께 빨갛게 옥새가 찍혀 있었다. 국내적으로 불안을 조성하려던 음모는 이와 같이 하여 좌절되었다.

적대 국가들 사이에 어시아를 끌어들이면 일본의 굴레로부터 조선을 자유롭게 만들런지도 모른다는 정망은 이미 1860년에 있었던 이그나티에프의 청러협상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그 당시에 만들어진 국경선 내에는 두만강과 그 지류로서 바다로부터 75마일 되는 곳에서 발원하여 평양으로 흐르고 있는 해량하 사이의 간도라고 부르는거의 3천 평방 마일의 면적을 중립지대로 설정하여 사람이 상지 못하도록 했다. 이 지역을 중국사람들은 섬이라고 표현하고 있기도 하지만 지도에서 볼 수 있는바와 같이 이 지역은 단지 같은 지류의 두 갈래 강으로 둘러싸인 지역일 뿐이다. 사실상 이 지역은 매우 기름진 곳이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중국인과 조선인의 마음을 끌었다. 러시아가 극동에서 그들의 끈질긴 정책을 주장하기 시작했을 때 러시아인들은 이곳에서 조선사람을 말끔히 몰아내거나 아니면 두만강과 흑룡강 사이의 이 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중국의 신민으로 귀속시키라고 요구했다.

1904년 러일전쟁의 전운이 감돌 때까지도 이곳의 문제는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포츠머스 조약에 의해 길림의 철도를 장악한 이래 러시아는 간도 지방을 점령함으로써 해안 지방에 이르는 상로(商路)를 장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시 이 간도지방에는 러시아의 곰이 물 수 있는 미끼가 있었다. 반일주의자이며 초보수적인 김승문이란 사람은 재한젝국의 황제로 하여금 자신을 사실상 화룡지방의 지배자로 임명토록 하는데에 성공했다. 러시아 정부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저 악명 높은 친러파 이용익과 전 주선 주재 러시아 공사 파블로프를 통해 이 전략 지역의 지배권을 장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했다.

김승문이 어떤 근거에서 그러한 과업이 성공하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는가를 묻는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즉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된 이후의 새로운 질서하에서 조선에 있는 모든 영사들은 일본 천황으로부터 인가장을 받는데 반해, 신임 러시아 총영사인 프랑송은 일본 천황에 의해서가 아니라 조선의 황제로부터 인가장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지난날의 청러조약을 비난하는 조선의 주장과 을사보호조약을 무시했다. 폴랑송은 잠시동안, 아니 자신의 논점을 철화할 때까지 음으로 양으로 조선의 음모자인 김승문을 고무했다. 러시아와 일본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이 음모는 대궐에 이르지도 못하고 모두 좌절되었다.

이 무렵인 6월 8일 밤 주요 음모객들이 대궐을 떠나다가 체포됨으로써 최익현의 항복은 더욱 확실해졌다. 자유주의자들은 그들에 대한 정부의 범죄증거를 회람시킨바 있었다. 일본 정부는 황제를 비난하지 않고 황제의 못된 측근들을 몰아내었으며, 조선민족의 복리를 위해 일본 정부가 아직 지키고 있는 권위를 그대로 지키기로 작정했는데 이는 조선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본 바와 같다.

이와 같은 일본의 정책은 조선의 공공재정을 달러로 정확히 게정할 수 있도록 예산, 결산상으로 공개되고, 왕실을 숙정하고, 왕실과 정부 및 조신회의와 규방을 엄격히 구분하고, 공립학교를 창설하고, 평양-원산 간의 철도를 부설하고, 주화를 만들어 안정된 통화제도를 이룩하고, 감옥과 사법제도를 개선하고, 광대한 황무지를 개간하고 모든 도덕적 활동을 격려하고, 무역, 상업, 산업을 개발하고 그리고 끝으로 , 그러나 이는 적지 않게 중요한 문제인데, 무분별하고도 야만적인 일본인들을 엄중히 단속하는 일, 즉 대체로 말해서 일본인과 조선인 사이에 존재하는 숙원을 극복해야 하는 정의와 화해의 정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 양반들로 하여금 일을 하도록 만들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오랫동안 억눌리며 살아온 조선 민족에게 커다란 축복이 될 것이다. 조선은 일본의 복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일차적으로는 조선의 복리를 위해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을 건전한 판단을 가진 세계인들에게 만족할만큼?설명할 수 만 있다면 전 세계 인류의 양심이 이를 인정하고 즐거워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어려운 일을 해낸 일본을 가장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는 <대한제국멸망사>의 저 지성적인 필자인 헐버트(H.B. Hulbert)는 당시 상태를 다음과 같이 평결하고 있다.

. . . .조선 사람들은 이미 여러 해 전에 벌써 관심을 쏟아야 했던 이 교육만이 이제 최후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 보루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무지에서 깨어나자고 왜치고 있다.. . .대한제국으로서는 지금 꾹꾹 참기만 한다거나 또는 일본의 계획에 대해 불쾌하게 저항만 하다가는 아무 것도 얻능 수 없다. 그들은 지금 명백한 문제점에 직면하고 있으며, 그러한 상황을 야기시키고 있는?? 폭력의 부도덕성에 대한 이론이란 전혀 학술적인 것에 불과하다. (The Passing of Korea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