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서양인들이 본 개화기 조선, 조선인/2015년 1월>

서양인들이 본 개화기 조선과 조선인들(13)

그동안 '서양인들이 본 조선과 조선인들'이라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조말 특히 개화기에 직접 한국을 방문하여 직, 간접으로 조선의 개화에 일조를 하면서 남긴 기록들을 찾아 원문을 그대로 번역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윌리암.E.그리피스 지음 <은자의 나라 한국>Corea:The Hermot Nation by William E. Griffith(Charles Sccriber’s Sons, New York 1907)

이책의 필자인 윌리암 E. 그리피스(1843-1928)는 미국의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남북전쟁에도 참전했고 럿거스대학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무렵에 그는 당시 명치유신(明治維新)과 더불어 서구과학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일본의 초청을 받았다. 1870년 일본에 도착함으로 그의 동양학 연구가 시작되었다. 근 1871년에 메이신칸에서 이화학9理化學)을 가르쳤고, 1872년에는 닝코(南郊)대학에서 이학, 화학, 지리학, 생물학을 가르쳤고 그 후레은 동경제국대학의 전신인 카이세이학교에서 화학을 가르치면서 화학과를 창설했다. 3년 동안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1874년에 귀국한 그리피스는 다시 유니온신학교에 진학하여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다시 럿거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1899년)를 받을만큼 학구적인 인물이었다. 뉴욕, 보스톤,아이카 등지에서 목회를 하면서도 일본을 각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동안에 갖게된 동양학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못하고 일본 역사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던중 그는 한국의 역사를 모르고는 일본사에 관한 연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그는 다시 한국사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는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1차 방문시기는 밝혀지지 않았고 2차는 1926-27년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그의 공로로 1900년에 왕립아시아학회 한국지부의 회원이 되었고 <일본제국(The Micado’s Empire)>, <요정의 나라 일본(Japanese Fairy World)>, <은자의 나라 한국(Corea:쏟 hermit Nation, 1882) 등 일본역사와 한국역사에 관한 많은 저서들을 남겼다.

여기에 소개하는 <은자의 나라 한국>은 한반도의 고대사에서부터 근대사의 을사조약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역사와 풍습 전반을 다룬 500페이지 이상의 방대한 저서로 1882년에 초판이 출판되었는데 1906년에 8판이 나올정도로 인기가 있었으며 어쩌면 당시로는 유일한 영문으로된 한국사 참고서가 아니였나 생각된다.

지난 두 번에 걸쳐서 오페르트가 <금단의 나라 조선>에서 진술한 대원군의 친부 남연군의 무덤을 도굴하려다 실패한 소위 말하는 ‘굴총(掘塚)’사건에 관한 기술을 소개하였다. 여기에서는 제3자로 당시 동양의 개방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리피스를 비롯한 서양사람들이 이 사건을 어떻게 보았는지를 알아볼 수 있게 서술한 제45장 오페르트의 굴총(掘塚) 부분을 소개한다.

제45장 오페르트의 굴총(掘塚) 사건

1867년 5월 초, 조선에 해적행위를 하러 떠났던 원정대가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상해의 외국인 거주지는 커다란 흥분에 싸였다. 유라시아 항구생활의 지루함은 백열같은 흥분으로 바뀌었다. 남의 얘기며, 웨이드(당시 북경 주재 영국공사)의 정책이며, 도박이며, 경마로 시들하던 클럽이나 찻집의 대화는 이제 그 신비한 반도 국가의 정치와 지리, 왕릉의 축조 방법과 치장, 골동품, 풍습 그리고 복식(服飾)에 관한 이야기로 바귀었다. 외바퀴 수례를 타는 즐거움이라든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온천을 찾아가는 일은 이제 미국 영사재판소에 거류중인 판결에 관한 관심으로 그 흥미를 잃었다.

조선에 불법적이고도 비난받을 만한 항해를 했으며’미국과 통상조약이 체결되지도 않은 조선에 폭력을 써 가면서 상륙하려고 기도했다는 죄목으로 미국 시민 쟁킨스(Jenkins)가 기소되었다. 기소 이유를 좀더 살펴보면 그는 매매를 하거나 몸값을 받아 낼 목적으로 어느 죽은 왕의 시체를 도굴하기 위해 입국했다는 것이다. 해부나 과학 또는 고고학을 연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선 정부나 대원군으로부터 돈을 우려내기 위해 왕의 유해를 파내는 행위는 평범하게 표현해서 해적과 같은 도굴이라고 말한다.

남의 무덤을 도굴한다는 생각은 다른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임은 물론 한바탕 크게 웃어 줄 수도 있는 문제이다. 우리는 왜 마쉬 교수가(미국의 고생물학자)주기적으로 클라우드의 공동묘지를 찾아가서 이빨이 달린 새나 조선에서 나오는 조랑말만큼이나 작은 그 지방 특산물인 말의 해골과 같은 수집품들을 발굴하여 번쩍거리는 구리 용수철과 쇠고리로 조립해서 박물관의 유리창 안에 보관해 두는가는 십분 이해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어린학생들일지라도 미케네의 무덤을 파헤치는 슐리만 박사나(독일의 고고학자) 황금을 얻기 위해 카리엄의 흙구덩이를 파헤치는 차즈놀라(이태리의 고고학자)의 심정을 진지하게 이해해 줄수도 있다. 심지어 밤에 송장을 파내는 스코틀랜드 교회 뜰의 빈 무덤을 그린 그림을 한폭에 1파운드씩 받고 판다면 거기에는 익살의 요소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문명된 ‘기독교교인’ 또는 유대인들이 이교도국가 왕의 시체와 썩어가는 시체를 발굴하여 이를 구실로 돈을 우려내려 했다면, 이는 눈살을 찌푸리거나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어이가 없어 웃음만이 나올 것이다. 그 선박의 표지는 북독일연방의 국기 대신에 전당업자의 진열장 위에나 걸어 놓는 삼금환(三金環)이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당시 기소중인 그 인물은 전에 미국영사관의 통역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어려서부터 한문을 배워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었으므로 음과 눈짓만으로써 의사소통을 할 줄 알았던 동아시아 사람들과 언어와 문자로써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그 피고인은 또한 굴총원정대의 자금을 제공한 사람이었다. 북독일인 오페르트라는 사람이 원정대 총책이었으며 조선에 선교사로 파견된 적이 있어 조선말을 할 줄 아는 파로우(본명은 페롱)라는 프랑스 제수이트회 신부가 안내를 맡았다. 이 세 사람이 굴총사건의 주모자들이었다.

출발에 앞서 쟁킨스는 미국영사 슈워드에게 말하기를 자신의 출항 목적은 조선의 사신을 유럽에 데리고 가서 통상을 교섭하고 조선에서 벌생했던 프랑스 선교사와 제너랄 셔먼호 승무원의 살해사건을 설명토록 하려는 데 있다고 했다. 이런 일이 있기 직전 인 1867년 4월 24일, 상해에는 4명의 조선인들이 프랑스 주교인 리텔과 함께 있었다. 피고인 쟁킨스가 주장한 바에 의하면 조선 정부가 통상교섭을 원한다는 정보를 들은 것은 바로 이들 4명을 통해서였다고 한다. 쟁키스는 이들을 ‘중개인’이라고 표현했다.

쟁킨스는 또한 설명하기를 조선에 대한 자신의 지식은 바로 위에서 말한 4명의 조선인들에 의해 얻어 들은 것이거나 자기 자신이 직접 수집한 것이거나 아니면 한 유대계 장사치를 통해 얻은것이라고 한다. 그 장사치들은 몇 차례 조선을 여행하면서 위의 4명의 중개인들을 상해로 데려갔다고 한다. 이 중개인들은 제너럴 샤만호 사건에 관해 새롭고도 정확한 소식을 알고있었다고 그는 단언했다. 그들의 보고에 의하면 몇몇 승무원들은 조선 아낙네들을 부당하게 상대함으로써 야기된 사건에 휘말려 들어가 체포되었다고 한다. 동료 선원들이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상륙했다고 한다. 그들은 동료를 구출한 이외에도 불모 삼아 본토의 관리 2명을 잡아왔다고 한다. 이 사건은 주민들을 너무도 격분시켰기 때문에 주민들은 승무원들을 공격하여 8명의 선원을 그 자리에서 죽이고 아직도 살아 있던 다른 사람들을 체포했다.

우리의 설명을 들은 독자들은 그 보잘것 없는 뱃사람들이 자기들의 배에 그 주교를 태우고 황해를 건너옴으로써 대상의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웃음을 금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들이 탐험에서 돌아오자 슈워드는 젱킨스를 불러 사태를 자세히 알아본 결과, 사건이 애당초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자 그를 기소했는데 사건의 소상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페르트는 일찍이 엠페러호와 르나호를 타고 내포를 방문하여 한강을 거슬러 올라간 적이 있는 사람으로 60톤급의 부속기선 그레타호와 680톤급의 기선 차이나호를 구해 독일기를 계양한채 항진했다. 그 배의 승무원들은 8명의 유럽인, 마닐라에서 온 20명의 말레시안, 그리고 약 1 백명의 중국인들이 있었는데 그 중 중국인들은 대륙의 항구에서 떠돌아다니는 뱃사람, 노동자, 쿨리 등 천민이었다. 발사를 해본 적이 있는지도 확실치 않은 머스키트(구식 보병총) 10여 자루를 들고 그들은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사절단을 태우고 조약을 교섭하려 그 은자의 나라를 소개하려는 원정대를 호위하는 군사적 역할을 맡게하였다.

이 함대는 1867년 4월 30일 상해를 출항하여 나가사끼로 항진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2일 간 머물면서 석탕, 물 그리고 10상자의 머스키트를 실었다. 그런 후 그들은 충청도를 향해 뱃머리를 돌렸다. 그들은 5월 8일 금요일 오후 10시, 남양만에 도착했다. 그 다음날 오전 10시 그들은 삼교천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그날 오후 그들은 한편으로는 돈으로 구슬리고, 한편으로는 폭력을 써서 두 척의 작은 나무 배를 구하는데 성공했다. 그런 후에 탐험대가 조직되고 오페르트가 지휘를 맡았다. 나무배를 끌도록 되어 있는 부속 선박에는 2등 조타수, 기관사 그리고 정규 수병인 중국인들이 승선했다. 머스키트는 배급되지 않고 갑판에 벌여 놓았다. 쿨리들에게는 무기가 배급되었지만 무기의 아래 위가 어디인지 정도만 가르쳐 준 다음 앞으로의 활동을 지시했다. 4명은 시체와 보물을 파내기 위해 기관실의 연탄 삽을 들고 나섰다.

전에 조선을 방문한 적이 있는 프랑스 신부는 통역과 길잡이 역할을 맡았다. 자정이 갓 지만 일요일 초경에 부속선은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하여 바다로부터 40마일 되는 지점에 멈추었다. 무장한 무리들이 상륙하고 공공연히 마을을 지나 무덤으로 향하는 행군이 시작되었다. 그들이 앞으로 나아감에 따라서 인근 주민들은 그 신기한 외국인들에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으며, 언덕은 그 이상한 행진을 바라보는 주민들로 하얗게 덮여 있었다. 중도에서 몇몇 주민들을 만났지만 프랑스 신부는 그들과 말을 나누지 못하도록 했다. 이미 몇 시간이나 계속된 행군으로 다소 피곤했기 때문에 그들은 어느 절간에서 잠시 쉬었다.

무덤 부근에 도착한 그들은 평지에 솟아있는 석판(石板)의 둔덕을 발견했다. 이 무덤 밑에 보물이 들어 있는갓 같다. 시체가 들었을까 아니면 금이 들었을까? 4명이 삽으로 작업을 시작했으며 즉시 봉분이 평평해졌다. 그들이 상당한 양의 흙을 파내었을 때 삼 끝에 석곽(石槨)이 닿는 것을 알았다. 그 석곽은 아마 곽 뚜떵인 것처럼 보였다. 그 것곽은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것을 들어내고 밑을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헛수고였다. 지렛대도 갖지 않은 그들로서는 헛수고만 하다가 다시 한 번 더 해보겠다는 엄두도 내보지 못하고 어쩔수 없이 작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귀환하는 도중 성난 주민들은 용기 백배하여 그들을 괴롭히려 했지만 , 약탈대들은 공포를 쏘아 때므으로써 공격해 오는 주민의 접근을 막았다. 약탈대를 태운 배는 강물을 타고 떠내려가다가 정오가 되어 모선에 합류했는데 날씨는 짙은 안개가 끼었다.

원정대의 그 뒷일은 다만 대강만이 알려져 있을 뿐이다. 차이나호는 닻을 올리고 강화를 향해 떠났다. 그들은 그곳에서 3일 동안 당지의 수령과 통문했다. 3일째 되던날 일단의 선원들이 뭍에 올랐다가 사격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선원 2명이 죽고 1명이 부상했다. 원정대는 조선에서 10일 동안 머물렀으며 그들이 상해로 돌아왔을 때는 2주의 시간이 흘렀다. 재판이 진행됨에 따라 많은 사실들이 은폐되었음이 명백히 밝혀졌다. 그러나 밖으로 노출된 진상은 사건 전체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서 보일러의 안전판에서 나오는 1회의 수증기와 같았다. 피고는 자신의 유죄를 거뜬히 회피하여 무죄 방면을 달성했다. 피고는 문자 그대로 ‘증거 불충분’으로 풀렸났다. 그러나 슈어드는 워싱톤의 국무성에 글을 보내어 ‘이번의 원정은 조선의 왕릉에서 시체를 꺼내어 돈을 우려내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조선의 왕릉이나 고관의 무덤속에 정말로 보물이 부장되어 있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조선인들은 무덤이 파헤쳐지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싸이게 된 것은 분명하다. 외국인들이 입국하는 주된 목적은 시체를 파헤치고 인간의 가장 성스러운 본능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의혹이 이제는 엄연한 사실로 입증돼었음을 그들은 목격한 것이다. 의심할 나위도 없이 서양인들은 야만족이며, 그들의 대부분은 도둑이라고 조선사람들은 확신하게 되었다. 1871년 미국의 선박이 나타났을 때 그들은 그와 같은 눈길로 함대와 성조기를 바라보려 하고 있었다.

부기(附記)

위의 기록의 대부분은 1877년 12월에 씌여진 것으로서 그 자료는 미국의 외교문서에서 뽑은 것이다. 그 당시 파로우는 페롱의 가명이 아닌가 우리는 의심했다. 페롱은 프랑스 출신의 로마카톨릭 신부로서 1866년의 박해사건을 피해 도망했던 인물이었다. 이번의 굴총 사건에서는 3개국과 3개 종교가 관련됨으로써 하나의 국제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880년 3월 독일어로 쓰여진 <금단의 나라>가 런던과 뉴욕에서 영문으로 발간되었다. 이 <금단의 나라 조선 기행>을 읽어보노라면 그 책의 필자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1867년 영사재판에 회부되었던 ‘ 그 가난한 함부르크의 상인’이며 ‘유대출신의 장사꾼’ 바로 그 사람이었음이 분명해진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자신의 마지막 항해의 주요 목적은 ‘피에 굶주린 대원군’이 지극히 숭앙하는 한 무덤의 유해를 ‘옮김’에 있었다고 아무 거리낌 없이 뻔뻔스럽게 말하고 있다. 오페르트는 페롱의 제안을 자기의 말인 것처럼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상 그에게 그러한 계획을 최초로 귀띰해 준 사람은 프랑스 신부였다. 오페르트는 이러한 사실을 밝히는 것을 거북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페롱은 제수이트교도 아니며 제수이트 교단에 소속된 신부도 아니다. 다음의 글은 오페르트의 기록에서 옮긴 것인데 방점은 필자가 붙인 것이다.

내가 당신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계획(무덤을 파는 일을 의미함)이 당신으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일이어서 이상스럽고 상식 밖의 일처럼 보일런지 모르겠지만 작은 수단으로 큰 일을 할 수 있으며, 또 소견이 좁은 사람들의 생각을 벗어나서 다른 입장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보십시오.

상륙과 행진, 도굴 그리고 퇴각에 관한 세부사항은 시간의 앞뒤를 맞추어 정확하게 진술되었다. 실패에 대한 비난은 어느 불운한 녀석에게 뒤집어 씌웠다. “그 사람은 우리와 동행했던 사람중에서가장 평판이 좋지 못한 녀석이었다.”

남양만을 떠난 차이나 호는 한강쪽으로 향해 동검도에 이르렀다. 이 섬은 강화도 남쪽에 있는 섬으로서 기선으로 ‘약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거기서 차이나호의 우두머리는 대원군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조선은 양이의 입국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동검도에 있는 어느 마을의 성벽 가까이에서 담판을 벌이고 있는 동안 자기들 무리중에 끼어 있던 그 몹쓸 녀석이 또 말썽을 일으켰다. 그 얼굴이 검은 바보 녀석은 독일의 선원으로서 싱싱한 고기가 먹고싶던 터이라 민가에 들어가 송아지 한 마리를 훔쳤다. 이 사건으로 인해 성벽 위에 있던 조선군사들의 발포가 시작되었다. 팔뚝에 총알을 맞은 그 도둑은 송아지를 버려둔채 도망쳤으며 그러는 동안 마닐라 수병 1 명이 피살되었다. 이번의 사건에 대한 조선측의 통계가 사실과 어sm 정도 다르며 또 그 한 사람을 죽이는데 어느정도의 탄환이 소모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 투박한 구식 총의 조준이 터무니 없었던 덕분에 20여 명의 잔여 수부들은 총맞은 동료들을 버려 둔 채 종선으로 돌아왔다. 그 다음날 아침 원정대는 상해로 돌아가는 귀환길에 올랐다.

오페르트가 자신이 투옥된 이후에 발행한 1880년 4월 7일자의 ‘The Nation’이란 잡지에 실린 오페르트의 책에 관한 기사를 일은후 4월 21일자 “The Nation”지를 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 수록되어 있었다.

조선에 대한 오페르트의 비인도적 행위

The Nation 편집장 귀하

조선에 관한 오페르트의 글을 읽은 저로서는 몇 가지 기이한 사건들이 생각나는군요. 남의 왕릉을 파헤친다는 것은 역사상 가장 심각한 사건중의 하나입니다. 조선의 병사들이 도굴범들을 공격할 당시 그 불운한 마닐라 수부를 죽이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이번 사건은 처음 발생단계에서부터 실패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내막이 은ㅍ켸될 수도 있었던 문제입니다. 이러한 사건을 들은 스페인 영사는 상해 주재 미국총영사인 슈워드 씨에게 사실을 통보했으며, 슈워드는 즉시 젱킨스를 체포했습니다. 나는 젱킨스의 재판 당시 호출되어 총영사와 함께 배석했던 4명의 ‘동료’중의 한 사람으로서, 당시의 재판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이었던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ㅅ습니다. 예비탐사 과정에서 있었던 암을 담담하고도 조리있게 말한 바 있던 한 중국인은 법정에서 갑자기 벙어리가 되었는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출두하자 피고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을 그들의 증언에 따라서 처리하고 싶노라고 말했습니다.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 사건에 관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석탄 삽으로 왕릉을 파헤치려고 했던 그들으이 어리석음을 탓하기에 앞서 그들의 해적행위적 원정의 사악함을 더욱 잊지 못했습니다. 이번의 해적 행위로 인해 오페르트는 자기 나라에서 일정기간동안 구금된다고 보도되었는데 자신의 그와 같은 해적행위가 실패한 원인을 설명한 그의 책자에는 엄청난 무리가 있습니다.

1880년 4월 15일
뉴욕에서 헤이스 2세(A. A. Hayes J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