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서양인의 눈에 비친 한국/2014년 12월>

오페르트 지음 <금단의 나라 조선>

<A Forbidden Land: Voyages to the Corea> By Ernst J. Oppert.

E. J. 오페르트, 이미 1880년에 뉴욕의 G.P. Putnam’s Sons출판사를 통해 <A Forbidden Land: Voyages to the Corea> 란 책을 출판하여 당시 은둔의 나라 조선을 서방세계에 소개하였던 오페르트(1832-1903), 그는 과연 누구인가?

여행가이자 인종학자인 그는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1851년, 19세 때에 이미 상인의 신분으로 홍콩에 갔으며 상해에서 상점을 열고 무역업을 시작했다.

중국에서의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공하고 동양에 대한 지식과 특히 한국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였으나 철저한 쇄국정책으로 접근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당시 천주교 박해가 심각하여 큰 충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1866년 2월에 흑산도를 거쳐 아산만 일대를 탐사했고, 2차로 1866년 6월에 해미를 방문하여 현감을 만나고 덕적도를 거쳐 강화도를 탐사하면서 천주교 박해의 실상을 조사했으며, 1868년 4월, 3차 방한 당시에는 저 유명한 남연군의 무덤을 발굴하다가 실패하고 돌아가서 이 책을 썼다. 그는 독일어와 영문으로 출판된 이 책 이외에도 <동아시아 견문기:인도, 중국, 일본, 한국의 모습과 회상(Ostasiatische Wanderungen, Skizzen und Erinnerungen Stuttgart:Strecker und Moser, 1898)>, 그리고 <한 일본인의 추억(Erinnerungen eines Japaners, Stuttgart, 1898)을 출판했다. 1903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에게는 대원군의 친부 남연군의 무덤을 도굴하려다 도망간 파염치범 정도로 알려졌으며 대원군이 쇄국을 강화하고 척외의 고삐를 죄이는 빌미를 제공한 오페르트가 그 누구보다도 먼저 서방세계에 은둔의 나라 조선을 소개하였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점점 거세지는 국내외의 개국의 압력 앞에서 더욱 쇄국과 외척의 먹구름이 짙어만 가던 조선, 누구보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며 직접 방문하였던 오페르트의 눈에 비친 조선을 그의 증언 그대로 소개한다.

여기에 소개하는 부분은 <금단의 나라 조선>의 끝부분에 실린 ‘제3차 방한:1868년 4월’이다. 2회에 걸쳐 소개하려고 한다.

제9장 제3차 방한:1868년 4월(2)

실패와 귀환

배로 돌아가는 동안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길은 완전히 불모지였다. 그리고 우리는 마을을 지나는 동안 어제 만난 병사들과 다시 마추쳤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아산만의 해안에 다다랐을 때, 이미 수많은 무리의 사람들이 그곳에 운집해 있었다. 잔류해 있던 사람들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배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귀환하자 무척 기뻐하며 안도했다. 우리가 출발할 무렵에는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서 수심이 이미 낮아져 있었다. 우리는 몇 시간 후에 돌아올 기약 없이 메마른 수면을 고속으로 가로지르며 항진했다. 우리는 신속하게 승선해서 모든 희망을 바친 곳을 떠나 무거운 마음으로 배를 출발시켰다. 우리가 어제 상륙했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나게 많은 수의 매우 우호적인 사람들이 해안선을 따라 늘어섰다. 곳곳에서 배를 멈추고 해안으로 돌아오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우리는 엄중한 분위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행군소식은 물론 곳곳으로 확산되어 갔다. 우리들의 목표가 대원군이라는 증오스러운 자에게 반기를 드는 것임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이번 과업이 실패로 돌아간 데 대해 많은 지역에서 노골적으로 대단한 실망을 표현했다. 우리가 마을을 지나 내려오는 몇 시간동안 아산만의 수심이 급속히 낮아져 심지어 차이나호가 시야에 들어온 후에 차이나호가 보내 주는 보트의 도움 없이 도착할 수 있을지 암담할 정도였다. 보트의 작은 엔진을 우리는 최대한도로 작동시켰다. 오후 3시경이 되자 우리 뒤에 펼쳐져 있는 만은 완전히 메말라 버렸다. 우리는 원정대원이 상해를 입은 어떤 사고도 없이 차이나호로 무사히 귀환했다.

귀환 행군을 하는 동안 나는 앞으로의 나아갈 바에 대해 페롱 신부와 의견을 나누었다. 우리는 중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대원군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포기하도록 하는 계획을 시도하도록 결정했다. 물론 대원군의 본성을 잘 아는 우리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 따위는 애당초 갖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이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시도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뿐더러 차이나호의 홀수 때문에 한강의 본류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프랑스 원정대의 항로를 따라 강화도 남단에 인접한 영종도에 기항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곳에서는 본토의 위정자들과 용이하게 접촉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동이 틀 무렵에 우리는 대부도를 향하여 북진했다. 우리는 로즈 제독이 항해한바 있는 항로를 따라 항진하여 오후 늦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한강의 좁은 지류를 따라 형성된 해협은 영종도를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 수심이 매우 낮아졌다. 규모가 큰 배는 그 근처의 강화로 진입할 수 없었다. 따라서 상업적 목적을 위한 교역선들은 이 항로를 따를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 영정도와 동검도 사이를 지날때 차이나호는 약간 속력을 올렸다. 동검도는 매우 크고 아름다운 섬으로서 해안에는 마을이 조밀하게 들어서 있었으며 근래에 이르러 성벽을 쌓아 방어하고 있었다. 이 섬의 근처에 정박하기 위해 뱃머리를 돌려 강화로부터 2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닻을 내렸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그날은 온종일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동검도(東檢島)에 상륙

다음날 아침 10시 경에 우리가 방문한 목적을 알기 위해 동검도의 책임자들이 보트에 올라왔다. 그들은 매우 우호적이었으며 지체없이 우리들의 서신을 직접 대원군에게 전달해 주기로 확약했다. 조선어로 서명한 이 서신에서 나는 지난번의 조선 방문 특히 2차 항해 당시에 대원군에게 나의 우호적인 교섭 제의가 거절된 것을 상기시킨 다음 조선의 개방에 합의함으로써 조선사람들과 외국 국가들의 호의를 즉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그에게 솔직하고 명백하게 경고하였다. 아울러 프랑스 원정대의 방문은 이미 나의 예측이 정확함을 입증해 주었으며 프랑스군이 단시일 내에 퇴각한 것은 로즈 제독의 적절한 판단에 따른 것이엇기 때문에 그는 마치 프랑스군을 격퇴한 것처럼 상상하는 자가당착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나는 또한 이번 원정의 목적과 여러가지 부족한 준비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음을 그에게 밝혔다. 우리는 장비의 부족 때문에 최종적으로본래의 계획을 포기하기로 결정했으며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고 우리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이제껏 빋어온 대로 그의 권력과 권위가 그렇게 무제한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납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첨언했다. 주변의 일파들을 제외하고 그만을 놓고 보았을 때 나는 진정으로 일전에 조선 정부 앞으로 제출한 조약의 초안을 그에게 재차 주지시키고 검토하도록 하여 현재 그를 둘러싸고 있는 측근들의 유해한 영향으로부터 그가 벗어나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면 나중에 그는 조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다. 나는 신속한 답신을 요구하며 글을 맺었다.

대원군에게 전갈

몇칠 내로 이 호소에 대한 답이 오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예전처럼 많은 방문객들이 들끓을 것을 우려해서 배를 멀고 외진 곳에 정박시켰다. 우리는 다도해의 많은 섬들의 주위를 순항하고 방문하면서 여가를 보냈다. 우리는 강화 남단을 한 두 차례 소풍했는데 그 동안에 나는 마니산의 그 유명한 두 그루의 나무가 없어졌으며 망부가 허물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동검도의 관리가 나의 서신을 대원군에게 전달한 지 나흘 후 아침에 특사와 몇 명의 수행원들이 대원군의 답신을 가지고 우리 배에 올라 왔다. 그 서신 또한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조선어로 쓰여 있었다. 그의 명령에 의해 쓰여진 것임을 의미하는 대원군의 인장이 짝혀 있었으며 특사 또한 그것이 그의 뜻에 따른 것임을 확인해 주었다.

그의 답신은 <나(대원군)에게 위해를 가할 목적으로 조선에 들어와 가당치도 않은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매우 분노하고 있다. 나는 더 이상 선린과 우호의 정신을 견지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내가 가공스러운 박해를 피해 달아난 페롱 신부와 조선의 카톨릭 신자들의 허위 진술과 결정적인 간언에 속아서 그와 같은 행위를 저질렀다고 믿는듯 했다. 대외적으로 조선을 개방하라는 나의 거듭된 제안에도 불구하고 대원군은 요지부동이었다. 조선은 외부 침입자들을 거부했다. 그리고 그는 프랑스 원정대에게 했던 식대로 우리를 내쫓고 조선을 정복하려는 것은 무모하고 헛된 시도하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 주는 방도를 모색하고 있었다.

이것이 내 앞으로 온 답신의 내용이었다. 그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현재는 그때보다 더 두려울 것이 없음을 세계 만국에 선포하고 천명했다. 이번의 원정이 자신에 대한 반기를 든 시도라고 감지한 대원군이 얼마나 격노했는지를 명백하게 알기 전에도 사실 우리는 별다른 답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가 훗날 피할 수 없었던 역사의 결과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해주혀는 것이 우리의 의도였다.

주민들의 반응

우리의 배를 방문한 관리들은 우리가 내륙의 목표지로 행군했던 소식이 지금까지도 조선의 전역에 퍼지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그들은 어떠한 원한이나 증오심도 가지고 있지 않았을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실패한 데 대해 아쉬워했다. 그들은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신다음 대원군과 그의 무리들을 맹렬하게 비난함으로써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들의 말이 해안에서 퍼진다면 틀림없이 그들은 목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대원군의 온갖 만행과 전제적 폭압을 비난하고 기만적인 화폐 발행으로 자신의 배를 채우려 했다고 분노하면서 조선에서는 누구도 그를 공공연하게 비난할 수 없지만 그는 만백성의 저주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 중 키가 크고 건장한 관리는 조선 사람들이 늘 목숨을 잃을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이상 이러한 상태를 감내할 수 없는 조선사람들은 압제자로부터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외국인들이 무력을 이끌고 곧 되돌아 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임박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때가 되면 그와 그의 친구들의 생명을 보장하는 문서를 만들어 달라고 우리에게 요청했다. 그들은 그 때가 이르렀을 때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하는데 문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우리는 그에게 그러한 증서를 줄만한 권한이 없으며 설사 그렇게 한다해도 그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으나 헛수고였다. 그는 몇 번이고 거듭해서 요청했지만 우리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매우 당황해 하고 실망의 기색이 역력해졌다. 그들은 오랜 시간을 머물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내가 동검도의 자신들을 방문하도록 간청했다. 나는 다음날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우리는 해안 근처 마을의 성벽에 늘어서 있는 수많은 병사들을 보고 호위대를 동행시키기로 했다. 뮐러 선장, 페롱 신부 그리고 나는 20명의 유럽인 및 마닐라인과 함께 그레타호를 타고 섬을 향해 거슬러 올라갔다. 단순히 서신을 받았다는 것 이외에 아무런 내용이 없는 대원군의 짤막한 답신이 당도했다. 해안은 마을로 들어서는 성벽까지 약 1,000야드 가량 뻗어 있었다. 성벽은 조선에서 흔하게 보로 수 있는 튼튼하지 못한 방어용 요새의 종류였다. 성벽의 한 측면은 약 20 야드 가량 해안으로 뻗어 있었고 그 부분에 마을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출입문이 있었다. 성문은 목재로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소를 훔침

그레타호에서 내려 상륙하자 화승총으로 무장한 수많은 병사들이 성벽에 있는 것을 보고 우리는 깜짝놀랐다. 지난번의 우호적인 초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그러나 초대에 응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그들에게 두려워하는 것을 결코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여유롭게 천천히 길을 올라갔다. 페롱 신부와 내가 앞장 섰다. 우리가 접근하자 관리들중의 한 사람이 성문 앞에 서서 맞이했다. 우리의 서신을 받고서 그는 우리에게 입성을 허용하기에 앞서 우리가 도착했음을 먼저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성벽에는 최소한 400-500명의 병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들에게 매우 친근함을 느꼈으며 위협의 징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오랜 친구라도 되는것처럼 농담을 주고받으며 낄낄거렸다. 우리는 전혀 깨끗하지 않은 마을을 별 생각없이 방문했기 때문에 우리를 방문했던 관리에게 섬 주위를 산책해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섬은 매우 아름다웠으며 우리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일행들은 흩어져서 마을 외곽의 숲을 거닐었다. 우리는 주위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면서 산책했다.

모든 일이 매우 만족스럽게 풀려 나갔다. 우리는 곧 차이나호로 돌아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닐라인 중 한 사람이 우리에게 달려와서 다른 외국인 선원중 한 사람(그는 다름아닌 내륙행군 당시에 쓰러져서 우리의 일정을 지연시키고 무척이나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장본인이었다>)이 우리가 별다른 신경을 쓰지않는 사이에 사전에 주지시킨 명령을 어기고 마을의 외곽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는 송아지 한 마리를 훔쳐서 그레타호에 실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의 몰염치한 소행에 격분한 우리는 급히 마을로 내려갔으나 그는 이미 소를 데리고 사라진 뒤였다. 나는 페롱에게 “이것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주민들은 아마도 그의 소행이 사전에 우리의 승인을 얻은것으로 생각할 것이니 우리는 주민들에게 그 자가 명령을 어기고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밝히고 반드시 죄를 물어 그를 엄벌에 처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격전

페롱은 즉시 나의 생각에 뜻을 같이하고 그를 잡아 엄벌하겠다는 표시로서 도둑맞은 송아지를 되찾을 때까지 주인에게 몇 달라를 쥐어줘서 분위기를 누구러뜨리기로 했다. 우리는 성벽쪽으로 걸어가서 모여 있는 주민들과 병사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반드시 송아지를 돌려주고 그 자를 엄벌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매우 다정하게 말했고 그들 또한 별반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는듯 했다. 송아지 주인은 우리가 주는 돈을 받지 않았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 어떤 명확한 이유도 없이? 성문의 구석에서 연이어 총성이 세 차례 울렸다. 곧 이어 성벽의 병사들이 우리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이 사태는 전혀 예기치 않게 느닷없이 일어났다. 그러나 우리는 전혀 놀라지 않고 여전히 그들과 지척간에 서 있었다. 누군가가 갑자기 “병사들이 우리를 겨누고 있어요”라고 외치자 혼비백산한 우리 일행은 그레타호가 정박해 있는 해안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들은 적개심에 불타 사격하기 시작했다.

시방에서 날아오는 화승총의 총탄이 귓전을 스치며 해안의 이곳 저곳에 박혔다. 처음 날아온 총탄을 맞고 마닐라인 한 사람이 즉사하고 다른 한 사람이 부상을 입었다. 500명의 병사들이 쉴 새 없이 총탄을 날려댔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목숨을 부지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어떻게 이들의 총구를 피할 수 있었는지가 놀라울 뿐이었다.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겨우 퇴각했다. 기선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이 모든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자를 발견하였다. 그는 이미 보트 가장 가까이에 도착해 있었지만 총상을 입고 있었다. 총탄은 그의 견갑골에서 팔꿈치를 관통했다. 그러나 우리는 불운한 마닐라인의 죽음을 깊이 후회하면서 이 사태를 유발한 자(물론 그가 총탄을 맞자마자 송아지는 달아나 버렸다.)를 엄벌에 처하겠다는 생각을 더욱 굳게 다졌다. 그는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의 부상을 입지는 않았으나 매우 고통스러워했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이나마 동정심을 가지고 그를 부축했다.

우리가 간신히 배에 도착해서 승선할 때까지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성문이 열려 군중들이 고개를 내밀었을 때에야 우리는 겨우 배를 출발시킬 수 있었다. 이 예기치 않은 사건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종결되었다. 이제 어떤 조선의 관리도 우리 배를 찾아 올리는 없었고 우리가 다시 그 섬을 방문하는 일은 현명한 일이 아닐것이다. 그들은 적개심에 불타 광분하여 총탄을 퍼부었다. 다음날 아침 내내 우리가 출발할 때까지 사격명령은 철회되지 않았다. 밤에 우리가 그 날의 사건에 대해 논의하는 동안에 말레이와 중국계의 수병들이 대표자를 뽑아서 나에게 진지하게 의견을 제시했다. 그가 말했다.

“선생님, 우리는 섬에서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 그 믿을 수 없는 개새끼들은 성벽 뒤에서 우리를 공격해서 동료를 죽였습니다. 당신이 허락해 주신다면 나와 우리나라 사람들은 친구의 죽음을 복수하고자 합니다. 보트에 타든지 기선에 탑시다. 섬으로 되돌아가 마을을 불살라 버리고 그들이 쉽게 잊을 수 없도록 뼈아픈 교훈을 되새겨 줍시다. 우리는 당신이 동참해 주기를 진심으로 요청합니다.”

나는 대답했다.

”여보시오. 나보다 당신의 친구에게 닥친 운명을 더 크게 슬퍼할 사람은 아무도 없소. 그러나 우리는 기껏해야 반 야만인에 불과한 저들을 우습게 봐서는 안됩니다.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우리들중 한 사람의 부도덕한 행동이 그들을 분개시켰습니다. 다음 적당한 기회에 우리가 그러한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사람들과 함께 다시 온다면 저들과 전쟁을 할 필요는 없을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당신의 요구를 받아들인다해도 그로 인해 당신이 희생되기라도 한다면 내가 그 책임을 어떻게 질 수 있겠습나까. 설사 당신이 성공한다해도 응징을 당해야 할 자들은 우리에게 총을 쏜 병사들이나 무고한 주민들이 아닙니다. 나의 생각에 동의한다면 당신의 제안은 결코 실행에 옮겨져서는 안됩니다. 당신이 냉정을 되찾으면 내가 당신의 요구를 승인하지 않은 것을 옳았다고 여기게 될 것입니다.”

귀환

내가 왜 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지를 이해시키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는 마침내 반쯤 수긍해서 물러갔지만 여전히 동료의 죽음을 복수하지 못하는 것을 불평했다. 내가 최소한의 의심을 가지지 않고 그들의 요구를 승인했다면 그들은 사방으로 총탄을 날렸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 차이나호는 전날의 참사 현장을 떠나 상해로 항진했다. 이로써 이 독특한 나라로의 나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항해는 막을 내렸다. 오늘날까지 수줍음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는 그 땅은 모든 서구인들에게 여전히 ‘금단의 땅’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