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서양인의 눈에 비친 한국-오페르트의 금단의 나라/2014년 11월>

오페르트 지음 <금단의 나라 조선>

<A Forbidden Land: Voyages to the Corea> By Ernst J. Oppert.

E. J. 오페르트, 이미 1880년에 뉴욕의 G.P. Putnam’s Sons출판사를 통해 <A Forbidden Land: Voyages to the Corea> 란 책을 출판하여 당시 은둔의 나라 조선을 서방세계에 소개하였던 오페르트(1832-1903), 그는 과연 누구인가?

여행가이자 인종학자인 그는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1851년, 19세 때에 이미 상인의 신분으로 홍콩에 갔으며 상해에서 상점을 열고 무역업을 시작했다.

중국에서의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공하고 동양에 대한 지식과 특히 한국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였으나 철저한 쇄국정책으로 접근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당시 천주교 박해가 심각하여 큰 충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1866년 2월에 흑산도를 거쳐 아산만 일대를 탐사했고, 2차로 1866년 6월에 해미를 방문하여 현감을 만나고 덕적도를 거쳐 강화도를 탐사하면서 천주교 박해의 실상을 조사했으며, 1868년 4월, 3차 방한 당시에는 저 유명한 남연군의 무덤을 발굴하다가 실패하고 돌아가서 이 책을 썼다. 그는 독일어와 영문으로 출판된 이 책 이외에도 <동아시아 견문기:인도, 중국, 일본, 한국의 모습과 회상(Ostasiatische Wanderungen, Skizzen und Erinnerungen Stuttgart:Strecker und Moser, 1898)>, 그리고 <한 일본인의 추억(Erinnerungen eines Japaners, Stuttgart, 1898)을 출판했다. 1903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에게는 대원군의 친부 남연군의 무덤을 도굴하려다 도망간 파염치범 정도로 알려졌으며 대원군이 쇄국을 강화하고 척외의 고삐를 죄이는 빌미를 제공한 오페르트가 그 누구보다도 먼저 서방세계에 은둔의 나라 조선을 소개하였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점점 거세지는 국내외의 개국의 압력 앞에서 더욱 쇄국과 외척의 먹구름이 짙어만 가던 조선, 누구보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며 직접 방문하였던 오페르트의 눈에 비친 조선을 그의 증언 그대로 소개한다.

여기에 소개하는 부분은 <금단의 나라 조선>의 끝부분에 실린 ‘제3차 방한:1868년 4월’이다. 2회에 걸쳐 소개하려고 한다.

제9장 제3차 방한:1868년 4월(1)

로즈(P.G. Roze) 제독이 이끈 불운한 원정대와(제1차 방한) 엠퍼러(Emperor)호가 조선으로의 항해(제2차 방한)에 오른지 2년이 지났다. 지난날의 나의 경험은 여러면에서 부족했던 준비를 충족시켜 조선으로의 3차 항해에 착수하도록 하는 결단의 원천이 되었다. 이 장은 3차 항해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3차 항해의 분위기는 성격상 매우 예외적이고 특별했다. 즉 항해의 성격이 과거와는 달랐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을 기술하기에 앞서 우선 항해를 계획하고 수행했던 궁극적인 동기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병인양요

지난날의 프랑스 함대의 원정결과는 큰 기대를 가져봤자 의도한 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으며 실망감만 더욱 크고 깊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명백하게 가르쳐 주었다. 선린 우호의 기치를 앞세우고 엠퍼러호가 조선을 방문했을 때 우리들에게 협상안을 관철시킬 수 있는 물리력이 없다고 판단한 조선 정부와 진행한 협상은 결렬된 것으로 알려진바 있다. 그러나 프랑스 제독은 어느 정도 숙련되고 투혼에 찬 원정대를 지휘해서 종국에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큰 희생을 치르지 않고서도 프랑스로부터 공격당할 위험에서 벗어나는 놀라운 환희를 맛보자 조선 정부는 문호를 개방하라는 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듯이 대외적으로 호의를 표방함으로써 명백하게 적대감을 포기하는듯 했다. 그러나 대원군과 그의 정부는 이전에 특사의 설명을 통해 자신들이 전보다는 외국인들에게 더 우호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개방의 시기가 빠른 속도로 막바지를 향해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설득시키면서 분명하게 우리의 요구를 회피하는 태도를 취했다. 따라서 부정적인 결과가 도출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쇄국

그들은 국내로 유입되는 새로운 사조들을 차단함으써만 권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입국을 강력하게 저지했다. 결국 현재 하늘 높은줄 모르는 권세를 떨치고 있는 소수의 일파가 근래에 취해진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완전하게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들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서 기민하게 사태에 대응했다. 이전에 자기 색채가 분명했던 대원군은? 단지 기쁨에만 흠뻑 취하여 현재 그가 가장 아끼는 일파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그들은 대원군과 한 배를 타고 있다. 종전대로 쇄국을 유지해야만 자신들의 안위와 권력이 보존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들은 백성들의 개혁 열망을 꺾기 위해 만백성의 심장을 향해 테러를 가하는 방도를 취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우선 외국인들의 조선 입국을 통제하는 지난날의 금지령을 부활시켰으며 보다 새롭고? 매우 엄격한 일련의 금지조치를 시행했다. 모든 조선사람들은 북부 지방에서 연례적으로 열리는 장(場)에 참여하는 것이 금지되었으며 품목의 종류에 관계없이 외국산품의 수입 또한 일체 금지되어 이를 어기면 엄중한 처벌을 받았다. 정부는 각 지방의 수령들에게 120명씩의 남자들을 징집하여 훈련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장차 외침에 맞서 각 지역을 지키는 수비대로 복무할 것이다.

대원군의 정책

그러나 이러한 금지조치들로도 성이 차지 않은 대원군과 그 일파들의 광포는 우선 토착 천주교인들에게, 그리고 다음으로 외국인들에게 우호적이거나 그런 혐의가 있는 모든 이들에게로 향했다. 이러한 사람들은 모두 죽음으로 내몰리거나 먼 곳으로 추방되었다. 그리고 수 천 명에 이르는 무고한 사람들이 정부와 그 주구들의 독단적인 조치에 불평하거나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참혹하게 살해되거나 집을 몰수당했다. 이러한 사태는 프랑스 원정대가 퇴각한 이후에 더욱 두드러졌다. 따라서 사람들은 대원군과? 그의 정부가 겪어야 했던 우려때문에 가혹한 고통을 당해야 했다. 피에 굶주린 전제권력과 파염치한 일파에게는 털끝만큼의 자비심도 없었으며 또한 이들을 전복하고 응징할 어떤한 방도도 강구할 수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위엄과 권력을 모독한다는 이유로 백성들에게 원한과 분노를 터트리며 조선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고 갔다. 따라서 지배 세력은 권력을 확고하게 다져나갔기 때문에 누구도 죽음을 무릎쓰고 그들의 지배를 끝장내려거나 노골적으로 맞서는 시도를 강행하지 못했다.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소식이 세상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선정부가 가장 가혹한 조치들을 취했음에도 권좌에 올라있는 일파에 반대하는 개종자들과 그 밖의 조선사람들은 조선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태에 대한 가장 믿을만한 소식을 전파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들은 요동의 북부 지방을 넘어 상해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비밀리에 소식을 전달했다. 이를 통해 나는 조선에서 일어나는 사태에 대해 정통하게 되었다. 따라서 조선과의 관계가 개선될 어떤 희망도 엿보이지 않는 시기에도 내가 조선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리델 신부의 구원 요청

지난 2차 항해동안에 박해를 당하고 있던 두 선교사가 나에게 구원을 요청했던 자연스러운 결과로서 그들이 안전하게 중국으로 귀환한 후에 나는 그들과 친교를 맺게 되었다. 나는 해미(海美)에서 천주교 신자인 빌립(Phillipus)을 통해 리텔(Felix C. Ridel)의 편지를 받아 보았다. 그는 매우 능력있고 따뜻하며 진실로 성실한 사람이라는 것 외에 달리 그에게 부언할 것이 없다. 그러나 최근까지 조선 신부들의 대리 교구장이었던 페롱(FStanislas Feron)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있다. 두 사람 모두 내가 스스럼없이 그들을 돕기 위해 나섰던데 대하여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가 알기로는 페롱 신부는 11년 이상을 줄곧 조선에 머무르며 선교활동에 몰두했다. 그러던 가운데 박해가 일어나 동료들이 참살당하고 그 자신 또한 거의 목숨을 잃을뻔 했다. 그러나 그와 그의 동료들이 탈출에 성공했고 분노한 대원군은 그들을 잡아들이기 위하여 추격대를 파견하였다. 그는 오랫동안 조선에 머물면서 조선과 조선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페롱 신부는 사태가 점점 악화되면서 집권세력의 압제와 무자비한 탄압에 불복한 조선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에 매우 충격을 받고 깊은 슬픔에 빠졌다. 그는 매우 박학다식할뿐더러 진실하고 성실한 성품이 몸에 배어 있으며 종교적인 열광으로부터도 자유로웠다. 그는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극기하며 전 생애를 헌신하였다. 그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단 한 가지 목표에만 모든 생각을 집중했다. 내가 외지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거나 장기간 체류하는 동안에 친교를 맺었던 천주교와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선교사들 중에서 페롱 신부보다 더 높은 찬사를 받을만한 사람은 내 기억에 없다. 그와 비교할 가치조차 없는 사람들이 그를 비방하면 할수록 그것은 오히려 그의 고결한 성품을 입증하는 예이며 그가 가장 순순한 동기에서 활동했다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완전히 패퇴하여 자신의 활동무대로부터 예기치 못한채 갑작스럽게 쫓겨나게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강요된 휴식상태를 깊이 자책하며 몇 년동안 온갖 위험을 무릎쓰고 헌신해 온 일들을 비탄에 젖어 회상한다. 자신들의 스승을 버리지 않고 가족과 조국을 떠나기로 결심한 일부 조선사람들은 그를 따라 중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나중에는 과거에 조선에서 일어난 사태로 인해 슬픔을 겪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페롱 신부의 소개로 나는 그가 조선사람의 연락망을 통해 입수한 소식들을 주기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조선의 동향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열강들이 개입하여 사태를 호전시키는 일은 헛된 꿈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도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전망에 대하여 때때로 담화를 나누었다.

페롱 신부의 내방

하루는 페롱 신부가 나를 찾아와 대단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대원군이 만행을 저질렀다는 생생한 소식이 입수되었던 것이다. 그 사건으로 페롱 신부의 보호를 받고 있던 조선사람들이 매우 동요되었다. 그들 가운데는 조선사람들의 머리위에 군림하여 제멋대로 하고있는 흉폭한 일당을 끝장내기로 결의한 몇몇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대원군을 타도하는 계획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당시 나는 그들의 계획의 내용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지만 대원군의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혼내주려는 계획임에 틀림 없었다. 페롱 신부가 나에게 말했다.

“선생, 당신은 언제든지 나를 기꺼이 도울 사람이라고 나는 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만일 대원군과 그의 정부를 항복시켜 조선의 개방을 골자로 하는 조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서구 열강의 힘을 빌어 수단을 제공한다면 당신은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새로운 항해에 착수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이 질문과 제안을 받고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다만 나는 그 원대한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인지를 알려달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페롱 신부는 나에게 원정의 세부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충분히 재고할 시간을 갖도록 다음에 자신의 조선사람 친구들과 모임을 가질 때까지 어느 정도 기다려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비록 예측에 불과하지만 그 목표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표명했다. 나는 그의 신심에 절대적으로 동조했지만 그 방안이 확실히 실행 가능하며 의도했던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물은 다음 그를 도와 그 과업을 완수하겠노라고 대답했다.

며칠 후에 페롱 신부가 다시 나를 찾아와 원정계획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의도하는 바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리라는 확신이 더욱 커지고 아울러 조선사람들도? 우리의 뜻에 동조하여 자신의 계획을 강력하게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롱 신부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나의 계획에 처음에는 매우 놀라고 비정상적인 생각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나의 계획을 숙고해 본다면 현재로서는 그것만이 우리가 설정한 목표, 즉 대원군이 조선의 개방 요구에 동의하도록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라는 나의 소신에 동조하게 될 것입니다. 나와 당신은 대원군이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가 손쉽게 계획을 실행하도록 보고만 있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또한 우리는 모든 조선사람들이 한결같이 그를 얼마나 저주하는지도 알고있지 않습니까? 조선사람들은 그 누구보다도 조선이 개방되기를 열망하고 있지 않습니까? 잘 알고 있겠지만? 나는 어떤 저열하거나 이기적인 동기에 의해 행동하지도 않을 것이며 일신의 영욕을 쫓지도 않고? 오로지 지난 몇 해 동안 공들여 온 작업들이 결실을 맺기만을 바랄뿐이라는 점은 당신도 인정할 것입니다.”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조약이 체결되기만 한다면 천주교뿐만 아니라 개신교 선교사들에게도 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특히 개신교로서는 전혀 새로운 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내가 종교적으로 편협하다는 비난 따위는 듣지 않게 될 것입니다. 만약 지금 내가 당신에게 제안한 계획이 언뜻 보기에 상식에서 벗어난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진다면 작은 수단을 가지고서는 원대한 목표를 이룰 수 없으며 우리는 통이 좁은 범부의 눈이 아니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이 일을 조망해야 한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 주기 바랍니다. 나아가 이 계획은 대원군을 효과적으로 강제하는 수단으로 역할을 하면서도 그로 인해 가급적이면 조선의 어느 개인의 생명이나 재산에 위해를 입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나와 나의 조선 친구들은 적어도 어떤 현실적인 위험을 우려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전진을 가로막는 어리석은 판단을 하는 자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호위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연군(南延君) 묘의 도굴 계획

이렇게 말문을 연 페롱 신부는 나에게 계획 전반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신적인 성벽의 소유자인 대원군은 각종 유품의 보전을 매우 중시해서 그가 소유하고 있는 어느 한적한 장소에 오랫동안 자신의 가문의 유품을 보관하고 있었다. 조선사람들은 유품을 보존함으로써 자신과 가문이 번창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품들은 점점 중요해져서 일종의 미신적인 외경(畏敬)의 대상이 되었다. 대왕대비가 대원군의 아들을 후사로 들이기 전에는 대원군의 신상이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지만 그가 통치권을 강탈하여 섭정을 편 이래로 곧 그의 진면목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조선의 친구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의 계획을 세웠다. 그들은 일시적인 방편으로 대원군이 보존하고 있는 유품들을 수중에 넣는다면 그것을 통해 대원군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금권 그 자체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게되면 대원군은 유품들을 되찾기 위해 어떠한 요구든지 기꺼이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는 조약을 체결하여 나라를 개방하겠다는 증거로서 열강들에 사절을 보내라는 요구에 귀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페롱 신부는 대화를 결론으로 이끌어 갔다.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한 사람의 희생도 감수하지 않고 우리가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나는 이 일에 당신의 도움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번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전혀 난관이 없으리라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유품이 보존되어 있는 지역의 위치는 특별해서 가장 위험한 곳입니다. 그곳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기선을 이용해서 내륙을 향해 거의 30마일에 이르는 아산만의 지류를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계획은 한 달에 한 번 조수가 가장 높이 들어오는 한 사리가 일어나는 30시간 안에 처리해야 합니다. 그동안에는 지류의 수심이 최고 3 피트에 이르지만 나머지 시간 동안에는 물이 거의 매말라 버립니다.

문제의 지역은 기착지에서 도보로 약 네 시간 거리에 있으며 도중에 인구가 조밀한 마을을 통과해야 합니다. 따라서 한 사리가 시작될 때 아산만의 입구에 도착해야 하며 왕복시간을 모두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마침 몇 명의 조선사람들이 그 지방 출신이거나 그 곳의 지리를 잘 알고 있으므로 안내자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들은 거사의 성공을 낙관하고 있어서? 유품들을 되찾기 위해 대원군이 직접 조약의 전문에 서명을 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결심하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이번 거사가 성공을 거둔다면 그간 온 세계에 누를 끼쳐온 대원군이 입을 손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세상의 만인들, 특히 모든 조선사람들에게 큰나큰 혜택을 가져다 주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이 대화로 인해 내가 전율을 느꼈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 이유는 계획의 성격이 특이하고 비정상적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도 또한 평범한 방식으로는 조선을 개방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방안을 준비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페롱 신부와 그의 조선사람 친구들의 의도대로 확실한 결과가 보증되어야만 한다. 페롱 신부가 제안한 가장 진지하고 의기 충만한 방안은 틀림없이 이번 원정의 성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그가 비합리적이거나?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성공을 꿈 꿀 사람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으며 그의 순수한 성품은 더욱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그 계획에 착수하는 것은 모험이긴 하지만 그로 인해 거두게 될 수확은 확실히 매우 클것이라는 점을 마음속 깊이 확신하고 있었다. 구경꾼들은 이 계획이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겠지만 나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그전보다 훨씬 더 낙관적인 시각으로 이 일을 조망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경솔하게 대들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며칠동안 그 문제를 진지하고 신중하게 생각해 보겠노라고 답했다. 약속한 기한 내에 이 계획에 대해 모든 측면에서 심각하게 생각한 끝에 나는 페롱 신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조선 왕국의 개방이라는 우리가 얻고자 하는 원대함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한 그를 돕기로 결정했다.

항해의 준비

며칠 후 화창한 날 아침에 나는 뮐러(Moeller) 선장이 지휘하는 약 1,000톤 가량의 기선 차이나 호를 타고 계획된 원정을 위해 상해를 출발했다. 페롱 신부 외에 그의 조선사람 동료들과 나, 그리고 미국인 신사 J씨가 승선했다. J씨는 재정적인 면에서 나에게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다. 우리는 중국인 보다도 중국어를 더 잘하는 그가 동승하는 것을 허용했다. 그외에도 10-12명의 유럽인 항해사, 25명의 마닐라인, 그리고 많은 중국인 항해사들이 호위대로 참여했다. 기선 차이나호는 아산만의 지류를 거슬러 올라가기에는 규모가 너무 커 우리는 흘수가 2피트에 지나지 않는 작은 기선 그레타호를 밧줄에 묶어서 싣고 갔다. 그것은 J씨가 제공한 것으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천후를 만나는 바람에 우리는 한 사리가 시작되는 시점에 맞추어 겨우 도착하기는 했지만 겨우 안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몇 시간 동안 발이 묶였다.

우리가 조선 사람의 안내를 받아 아산만에 진입해서 기항했을 때에는 이미 한밤이 되었을 때였다. 우리는 즉시 그래타호를 단단하게 잡아당겨 매고 다음날 아침에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둘렀다. 새벽이 한 시간 지난 뒤에 우리는 차이나 호를 출발하여 목적지에 도착함으로써 계획은 활발하게 착착 진행되었다. 몇 마일에 이르는 강어귀의 폭은 점점 좁아져 해안 근처에 이르러서는 전체 폭이 0.5마일에 불과했다. 반면에 강둑의 초입에는 돌이 많고 지세가 험해 마치 산맥을 연상하게 했으나 몇 마일 아래에서는 평평해졌다. 많은 마을들이 양 해변에 들어서 있었으며 우리의 시야에 꽉 찰 정도로 많은 주민들이 썰물이 밀려드는 해안의 끄트머리에 운집해 있었다. 우리는 가능한한 조류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으나 한참 동안 표류하다가 가까스로 정박하는 데 성공했을 때에는 이미 예정시간을 훨씬 넘긴 뒤였다.

아산만의 진입

그레타호가 약 4시간 동안 달린 거리는 약 30마일에 불과했다. 항해하는 도중에 몇 번이고 정지해야 했기 때문에 도착이 몇 시간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최종적인 목적지에 상륙했을 때에는 거의 정오가 다 되어서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또 다시 다른 지역에서처럼 우리에게 지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눈길이 곱지 않은 무리들을 만났다. 우리의 안내인인 조선사람들은 지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안내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더구나 상륙해서 행군조를 편성한 후에 우리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조선사람들이 여전히 정박지에 남아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기관사와 몇몇 사람들에게 맡겨 놓고 떠난 작은 기선은 그들에게 상당한 매력을 끌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는데 큰 애를 먹지는 않았다.

행군길의 초입은 드문드문하게 몇 채의 집을 거느리고 있는 긴 평야로 뒤덮여 있었다.? 우리는 그 평온한 길을 지났다. 햇볕을 가려줄 수 있는 수풀들은 보이지 않았으며 몇 시간을 힘들게 걸어서 목적지에 이르자 마음이 흐믓했다. 좁은 길을 지나자 울창한 숲이 나왔다. 길은 점차 오르막이었고 구릉져 있었는데,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오랜 길을 걸었지만 전혀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눈에 띄는? 인근의 마을을 향해 걸어 내려갔다. 그곳을 통과하지 않으면 길을 돌아야 했기 때문에 우리의 발걸음은 당연히 처음부터 눈에 띨 수 밖에 없었으므로 우리는 음폐물을 찾도록했다.

조선사람 안내자들에게서는 전혀 두려운 기색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길을 들어서자 마을의 수령과 함께 길목을 버티고 서서 우리를 제지하는 병사의 무리와 마주쳤다. 내가 그에게 다가가 병사들을 길가로 비키도록 요구하자 그는 언뜻 겁을 집어먹으면서도? 맞섰다. 나는 즉시 호위대에게 밀치고 나가라고 명령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그가 알아차렸을 때에는 이미 몇 안되는 휘하의 병사들이 모두 도망가고 없었다. 페롱 신부는 우리가 당신이나 주민들을 해할 뜻이 전혀 없다는 점을 그들에게 납득시켰다. 처음에는 그도 도망치려 했지만 용기를 내어 남아 있었고 우리에게 목적지로 가는 지름길을 알려주기까지 했다.

행군 도중에 더위와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탈진한 한 선원이 결국 맥을 잃고 기절했다. 우리는 그를 뒤에 뒤에 남겨둘 수도 없고 귀중한 시간도 많이 허비했기 때문에 난감했는데 관리는 우리에게 등산용 의자를 빌려주었다. 우리는 그가 충분하게 회복될 때까지 그를 싣고 다녔다. 다행히도 별다른 장애는 없었으나 조선사람 안내자가 시간을 잘못 측정하는 바람에 행군을 멈추어야 할 시간이 되었음이 곧 밝혀졌다. 애당초의 계획대로라면 우리는 적어도 1시 정각까지 목적지에 도착해야 했으나 시간이 채 반시간도 남지 않았다. 우리는 오르막을 오르면서 언덕을 목전에 두고 큰 걱정에 휩싸였다. 언덕의 풍광은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서둘러 언덕길을 올랐다. 이상하게도 인근의 어디에도 가옥이나 마을이 없었다. 예외적으로 몇 명의 소몰이꾼들이 소 떼를 방목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남연군 묘에 도착

5시 정각에 이르러 드디어 조선사람 안내자들은 양쪽 편으로 깊은 골짜기를 거느리고 있는 다소 가파른 언덕의 정상을 가리켰다. 그곳에 도착하는 데에는 1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되었다. 언덕이 정상은 내가 이제까지 보았던 손곱히는 절경들 중의 하나였다. 양쪽으로 우뚝 솟은 산을 끼고 있는 그곳은 찬연한 빛을 발산하는 숲이 우거져 있고 언덕의 경사지에는 제법 큰 마을이 들어서 있었다. 곧 마을 주민들이 눈에 띄었으며 조선사람 안내자들은 이곳이 우리가 찾는 바로 그 장소라고 말했다. 의혹의 눈길을 풀지 않으면서도 마을 주민들은 별 어려움 없이 우리에게 그곳을 가르쳐 주었다.

그곳은 매우 외딴 장소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돌집 대신에 둥그렇고 견고하게 토벽을 둘러쳐 유품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다소 실망했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한 쪽 벽을 허물어야 했다. 실내에는 출입문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벽을 허무는 일은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우리는 도구가 없었기 때문에 마을에서 그것들을 빌려야 했다.

우리 일행은 곧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곳에 도착한 후, 전혀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뜻하지 않게 이 작업을 끝내기까지 거의 다섯시간이나 허비하였다. 작업은 페롱 신부와 그의 조선사람 친구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물론 우리들을 제외하고 일행중의 누구도 우리의 활동 목적을 몰랐다. 그러나 매우 중요하고 위급한 어떤 문제가 있으며 모든 일이 지금의 작업이 신속하게 마무리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그들은 직관적으로 감지했다. 마침내 벽이 거의 허물어졌다. 그러나 보다 험난한 새로운 난관이 나타났는데, 기대하고 있던 문 대신에 거대한 돌덩어리가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입구의 안쪽에 박혀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제거하려고 했지만 헛수고였다. 찬찬히 살펴보니 이 마지막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에는 최소한 대여섯시간은 충분히 걸릴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오랫동안 머물 시간은 없었다.

매우 낙심한 나는 페롱 신부의 의견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페롱은 우리가 배로 귀환하지 않아서 일행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거의 12시가 다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예정시간을 훨씬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레타호를 정박시켜 놓은 위치가 노출될 위험이 있을뿐만 아니라 만조 시기가 임박했으므로 조수가 빠지기 전에 차이나호에 도착할 시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했다. 그는 목전에 놓여있는 불행한 장애들을? 몹시 개탄했지만 나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의 시도를 중지하고 짧은 휴식을 취한 다음 기선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잠시 숨을 돌린 다음 우리는 정박지로 발길을 돌려 그레타호로 귀환했다.

(다음호에 계속)